신선하고 강렬한 향에 이끌려 매장에 들어서면 알록달록한 색상의 비누와 입욕제 등이 날것으로 진열되어 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시장이나 식료품점의 판매 방식을 활용해 마치 전통시장에서 장을 보는 듯한 재미를 준다. 또한 입구에서는 하얀 거품과 향기로 고객이 제품을 경험하도록 유도하는 이 매장이 바로 영국의 코스메틱 브랜드 러쉬(LUSH)이다.
런던 러쉬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친환경 제품, 핸드 메이드를 지향하는 러쉬는 과대포장과 과도한 광고를 지양하고, 마케팅이 아닌 제품의 질에 집중한다는 원칙을 고수하는 브랜드다. 사회적 캠페인과 더불어 다양한 기업 활동을 통해 러쉬의 윤리적 철학을 보여준다. 이러한 기업 이미지는 점차 러쉬 팬덤을 형성한다. 윤리적 소비와 사회적 가치 그리고 환경을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에게 브랜드의 철학은 의미 있고 착한 소비라는 인식을 준다. 그렇다면 러쉬는 어떠한 정책으로 브랜드에 대한 선한 영향력을 소비자에게 전달할까?
러쉬의 브랜드 철학과 윤리정책
러쉬는 ‘우리는 믿습니다(We Believe)’라는 기업 슬로건으로 브랜드의 정책과 윤리를 강조하고 있다. 첫 번째, 좋은 품질을 위한 신선하고 안전한 원료 수급이다. 러쉬는 ‘Creative Buying’팀을 운영하여 정직한 재료의 원산지를 찾아 오지와 정글은 물론 전 세계를 탐험하며 원료를 수급한다. 러쉬의 이와 같은 윤리적 구매정책은 지역 사회의 이니셔티브은 물론 지역 활성화에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는 점이다. 기업이 소비자의 니즈를 반영한 제품을 생산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지역활성화에 영향을 주는 정책은 소비자에게 더 큰 의미와 신뢰를 준다.
두 번째, 러쉬가 자연주의를 표방하며 ‘네이키드 코스메틱(Nacked Cosmetic)’으로 불리는 이유 중 하나가 무포장이다. 러쉬의 제품은 향과 색이 강하다. 제품의 본연의 물성을 그대로 드러내기 위해 제품을 포장하지 않는다. 무포장의 실천은 쓰레기를 발생시키지 않아 환경에 대한 부담을 가중시키지 않으며, 기업 입장에선 비용절감으로 제품의 품질 향상에 더 투자할 수 있게 한다. 현재 러쉬의 제품 약 40%가 네이키드 형태이며 별도의 포장지를 사용하지 않는다. 패키지가 필요한 제품은 플라스틱 용기 대신 100% 분해되는 무독성물질로 제조된 블랙팟 용기를 사용한다.
무포장의 제품들은 매장에서 형형색색 마치 과일과 채소를 수북이 쌓아 올린 듯한 활기찬 매장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때 향은 러쉬를 대표하는 경험 마케팅으로써 큰 역할을 한다. 고객이 선택한 비누를 매장직원이 도마위에 자르는 모습은 마치 과일 가게에서 과일을 잘라 고객에게 과일의 맛과 향을 경험하도록 하는 시식체험처럼 오감을 자극한다. 이처럼 러쉬는 제품을 경험할 수 있는 매력적인 환경을 만들어 소비자에게 어필하고 있다.
세 번째, 러쉬는 천연 화장품, 자연주의를 확장하여 환경문제와 사회문제에 대한 공익적인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동물보호, 환경보호, 인권보호 운동 등 삼십가지 이상의 캠페인을 전개하며 상생의 가치를 추구해왔다. 특히 동물 테스트를 하는 업체와 절대 거래를 하지 않는다는 ‘동물실험 반대’ 캠페인 실천의 일례로 ‘러쉬의 거대 중국시장 입점 포기’는 유명한 일화이다. 이와 같은 브랜드의 정체성과 창업자의 강력한 사명감과 의지는 제품에 대한 올바른 가치를 제공하고 고객이 항상 옮다는 믿음을 보여주며, 더 나아가 행복한 사람이 행복한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모든 직원은 항상 평등하게 존중되어야 한다는 정책으로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기업 윤리를 지키면서 좋은 제품을 만들고, 지속적인 성장도 이루고 있다.
디지털 기술 융합으로 몰입경험 유도
러쉬의 매장 콘셉트는 런던의 재래시장 버로우 마켓과 주변 상점에서 영감을 얻었다. 러쉬의 내추럴하고 활기찬 공간 분위기는 전 세계 어디를 가도 동일한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느껴진다. 이러한 러쉬의 내추럴한 콘셉트에 디지털 기술을 융합한다면 어떤 분위기일까?
2019년 도쿄 신주쿠에 세계 최초의 디지털 쇼핑체험을 제안한 러쉬
플래그십 스토어가 오픈했다. 그 동안 국내외에서 볼 수 없었던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첫 매장이다. AI를 사용하여 쇼핑을 더 간단하게 할 뿐만 아니라 혁신적인 기술을 사용하여 감각적이고 초현실적인 디지털 놀이터로
구현했다. 곳곳에 흥미롭게 전개된 디지털 체험공간과 신주쿠점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스페셜 제품 그리고
패션잡화 등 단순한 코스메틱 공간을 제안하기보다는 몰입경험을 추가한 복합문화공간으로 탄생했다.
신주쿠의 도시 경관에 맞춘 건물 외관은 디지털 사이니즈 전개를 비롯해 그 동안 기존의 러쉬 매장을 방문했던 소비자 입장에선 새로움이 가득하다. 신주쿠 매장에서 몰입경험을 하고 싶다면 첫 단계가 LUSH LABS를 다운로드해야 한다. 영어, 한국어, 중국어 간체로 제공되어 언어 장벽이 제거된 러쉬 앱은 스캔 기능을 사용하여 제품정보와 구성요소 및 제품사용방법 등을 가상의 경험으로 체험할 수 있어 더 큰 쇼핑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디지털 테크놀로지는 언어와 문화의 경계를 초월한 브랜드 운영을 가능하게 하고 고객참여를 유도한다. 러쉬의 디지털 테크놀러지의 결합은 지속가능한 브랜드로서 큰 의미가 있다. 러쉬는 정책적으로 포장지를 최소화하고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등 환경보호에 앞장선 브랜드다. 매장에서 아이콘과 시각자료인 디지털로 전개하는 러쉬 앱을 사용함으로써 기존에 사용해왔던 가격고지, POP와 상품 설명서 그리고 각종 사인물 등의 매장 폐기물을 줄이겠다는 브랜드 환경정책 또한 주목받고 있다.
매장을 좀 더 둘러보면 4층으로 구성된 이곳은 1층 입구부터 러쉬이 대표 이미지인 ‘신선한 재료로 만든 제품’이라는 콘셉트를 보여준다. 수산시장에서 만날 듯한 얼음 위 제품 전개는 ‘신선함’을 강조한다. 그 외 뷰티, 가든 등 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확대했다. 2~4층은 음악 도서관을 제안하여 휴식과 감성을 더했으며 매장 곳곳에 제품을 테스트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경험과 영감을 주는 공간으로 오감경험을 이끌게 했다. 소비자가 직관적인 소구를 할 수 있도록 층별 제품 디지털 영상들은 몰입경험을 유도했으며, 컨베이어 벨트로 상품을 전개하여 재미를 준 코너는 마치 바로 나온 회전식 초밥처럼 신선함을 표현하여 웃음과 흥미로움을 자아냈다.
환경과 소비자의 공감을 생각하는 브랜드의 지속가능성
포장보다 그 안에 담긴 제품의 본질에 집중하는 러쉬는 브랜드 자체를 포장하지 않고 고유의 가치에 집중한다. 소비자와 친환경 제품으로 공감을 이끌고 쇼핑의 색다른 경험공간을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행보는 소비자에게 참여형 소비를 구축하며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윤리적 가치와 정직한 신념 그리고 철학으로 ‘필(必)환경’ 즉 Green Survival시대의 유통과 제조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웰빙 라이프스타일로 건강한 먹거리는 물론 생활 속 제품까지도 환경을 고려하는 시대가 되었다. 브랜드 철학과 환경을 생각하는 윤리정책은 옵션이 아닌 필수가 되었으며 앞으로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지속가능성으로 친환경에 대한 요구가 더욱 거세질 것이다.
-이글은 필자가 신문지, 패션포스트에 컬럼 원고글을 편집한 내용입니다.
-소비자에게 선택 받기 위한 브랜드의 윤리적 철학 > 공간과 VM/이동숙 : http://fpost.co.kr/board/bbs/board.php?bo_table=fsp34&wr_id=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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