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는 어느새 우리 생활 곳곳에 깊숙하게 자리 잡았으며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공간이 됐다. 직장인들이 식사 후 자연스럽게 카페로 향하거나 테이크아웃 커피를 들고 우르르 업무공간으로 이동하는 모습은, 과거 다방이 주류였을 때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익숙한 거리 풍경이다.
그만큼 바쁜 도시인들에게 카페라는 공간은 집과 직장 사이의 오아시스 역할을 하는 ‘제3의 공간’으로서 휴식처이자 관계의 장 그리고 새로운 경험의 공간이 되고 있다.
이처럼 우리 생활 속 깊숙하게 파고든 카페는 소비자의 인식과 시대적 변화에 따라 공간 디자인 역시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카페는 점점 독창성이 강조되면서 저마다 고유의 정체성과 이미지를 기반으로 승부를 건다. 이러한 카페의 차별성은 이용자 마음을 사로잡으며 감성적 경험 획득과 SNS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경험의 공간으로 거듭난 다방
유럽의 살롱에서 유래된 카페는 한국에서는 ‘다방’이라는 명칭으로 시작됐다. 1920~1970년대까지의 다방은 문인들의 교류의 장소이자 문화·예술 담론을 생산하는 곳이었다. 하지만 다방은 본래의 존재 목적을 잃고 상업화, 유흥을 조장하는 공간으로 변질되면서 비난과 비탄의 대상이 됐다.
주로 지하층에 실내 공간은 어둡고 좌석마다 칸막이가 설치돼 있는 등 대체로 폐쇄적인 분위기를 띠었다. 이후 다방은 국내외 커피 체인점들의 등장과 정보화 통신의 발달 등 사회적 변화와 함께 차차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갔다.
2021년 현재, 다방은 뉴트로 트렌드를 반영해 재조명되고 있다. 당당히 ‘다방’이라는 간판을 달고 MZ세대에게 과거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
즉, MZ세대에게는 과거 문화와 현재의 시대적 감성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기성세대에게는 추억의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오래된 주택을 활용한 뉴트로 감성의 카페를 등장시켰고 복고풍과 커피 그리고 베이커리를 좋아하는 이용자의 발걸음으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공간 디자인이나 기막힌 전망으로 지역의 명소로까지 떠오르고 있다. 한국은 카페 전성기를 맞고 있다. 그리고 카페 변화의 중심엔 SNS가 있다.
카페는 자기표현의 욕구를 실현하는 공간
코로나 19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은 많아지고 외부활동은 줄어들었다. 코로나 이전에는 해외여행 사진을 SNS에 올려 자신을 표현하곤 했지만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SNS의 배경은 자연스럽게 국내 공간으로 바뀌었다.
국내 여행지나 도심 속 새로운 공간으로 떠오르는 카페를 배경으로 SNS 피드를 하며 마치 해외여행 사진에 대한 대체품인 듯한 카페 공간 사진을 올림으로써 자기표현 욕구를 실현하고 있다.
카페의 창을 바라보는 이용자의 인식 변화
카페 공간 가운데 최근 SNS에서 가장 많이 피드되는 영역은 프레임, 즉 창(窓)이다. 창은 건물의 내부와 외부를 나누는 벽이면서 동시에 내·외부를 연결해주는 소통의 기능을 한다.
창문의 프레임을 통해 상상의 공간에 대한 사고의 반영을 투영하고 싶은 욕구로써 카페의 창밖 풍경에 주목하고 있다. 사람들이 카페의 창문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가 뭘까?
건물의 창은 눈이다. 심리적·정서적으로 매우 중요한 건축적 구성요소 중 하나이다. 창문은 빛과 공기를 순화시키고 건물의 안팎을 분리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한 창이 우리에게는 세상을 바라보는 창구이며 소통과 관계의 상징이고 우리의 삶과 생활을 투영하는 거울이자 액자가 되기도 한다.
일상의 일부였던 창이 코로나 이후에는 그 의미가 달라졌다. 비일상적인 존재로서 창을 바라보게 된 것이다. 이제 창은 낯선 세계에 대한 흥미로움을 자극하는 창구 역할을 하며, 생활반경이 좁아진 시대에 상상 이상의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조망이 좋은 큰 창이 있는 카페라면 한 번쯤은 그 공간에 머물고 싶어진다. 해외여행 못지않은 경이로운 뷰를 갖춘 카페에서의 공간 경험은 바로 SNS 업로드로 이어진다.
최근 SNS에 피드된 사진들에서 주목할 부분은 프레임 안에 인간의 모습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멋진 풍경만 전달했다면 현시대는 ‘그 장소, 그 공간에 자신도 있다’라는 것을 표현하고 있다.
개방감을 주는 공간에 대한 열망의 표출하는 동시에 공감을 이끌어 내기 위한 결과물이다. SNS를 통해 일상에서 비일상의 공간의 한계를 극복한 자기실현과 자기만족을 표현하고 있다.
창은 지붕과 벽에 낸 구멍으로 태생적으로 벽이라는 울타리를 파괴하는 역할을 지녔다.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창을 통해 비일상을 체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SNS 피드를 채우는 공간
다방에서 시작된 카페 문화는 사용 목적 및 라이프스타일 취향에 따라 사회적 관계의 장소로 소비되고 있다. 특히 ‘대면 활동’이 제한적인 요즘, 카페는 현대인들에게 어느 때보다도 힐링의 공간, 가치 표현의 공간, 경험의 공간 등 복합문화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더불어 SNS 사용 확산으로 카페 공간은 더욱 가변성과 복합성을 갖게 됐으며 소비자는 공간이 주는 감성과 자기표현 요소에 집중하며 카페의 소비 가치가 높아졌다.
카페가 점점 SNS 피드를 채우는 공간이 되고 있다. 규모도 커지고 감각적으로도 뛰어나며 시각적 측면에서도 다양한 모습을 지닌 카페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특히 일상을 벗어나고 싶은 사람들에게 카페는, SNS를 통해 검색하고 소비한 뒤 다시 SNS에 사진과 영상으로 공유함으로써 객체적이고 수동적인 욕망과 욕구를 주체적으로 실현하는 소통의 공간이 된다.
인사동에 위치한 ‘웅녀의 신전’은 조형적으로 독특한 공간이다. 외관과 입구문까지 돌로 꾸며져 마치 유적지를 연상케 한다. 간판도 없어 지나가는 행인은 그곳이 어떤 공간인지 예측할 수 없을 만큼 생경한 이미지를 준다.
내부는 웅녀설화를 주제로 꾸며져 있으며 특히 중앙의 신단수를 모티브로 한 조형물이 압도적이다. 차가운 동굴 속에서 쑥과 마늘을 먹으며 신단수 앞에서 아이를 갖게 해달라는 웅녀의 모습이 상상될 만큼 조명과 음향 그리고 조형물의 조화가 신선하다.
카페의 생경함 혹은 익숙함
요즘 대형 카페에 비해 좁은 규모임에도 3시간 이상 대기해야 할 만큼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는 이곳의 대표 메뉴는 쑥을 활용한 음료와 디저트다. 화장품 브랜드 에이블씨엔씨(미샤)의 쑥 제품 라인을 알리기 위한 카페로 매장 어디에도 자사의 이름을 내세우지 않은 점이 오히려 공간에 집중하게 한다.
이처럼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이색적인 공간 콘텐츠로 대중의 이목을 끄는 카페가 있는가 하면, 오래된 주택을 재생해 과거를 기억하고 추억을 나누는 카페도 있다.
한옥을 현대 감각과 융합하여 새로운 감성으로 연결한 카페, 오래된 단독주택을 개조한 카페 등 과거의 시간을 지닌 카페 공간은 바쁜 현대인들에게 휴식과 새로움의 공간이 되어 주고 있다.
특히 오래된 주택을 리모델링한 카페는 주택 외관은 70~80년대 모습 그대로 보전하고 내부는 주택 특유의 분할된 공간을 토대로 리모델링함으로써 신축 공간에서는 느낄 수 없는 친밀감과 아날로그 감수성을 자극한다.
과거의 건물을 활용한 카페들은 로컬 콘텐츠와 연결해 지역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도시의 지속 가능성을 지향하고 있다.
카페가 새로운 경험의 공간이자 SNS 피드를 채우는 공간이지만, 정작 쉬고 싶고 집중할 공간이 필요할 때는 새롭고 유명한 카페 공간이 아니라 익숙하고 편안한 카페를 선택한다. 이유가 뭘까? 카페의 본질이 여전히 ‘휴식’의 공간으로 남아있기 때문 아닐까.
크리스토프 르페뷔르의 저서 ‘카페를 사랑하는 그들’에 나오는 글귀로 이글을 마무리한다. “카페는 영혼의 안식처이자 소통의 장소이다.”
패션포스트에 기고한 아티클을 재편집하였습니다.
'공간과 VM 이동숙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팔리지 않는 매장 만들기는 쉽다 (0) | 2021.10.24 |
---|---|
뉴트로는 디지털 시대에 어떻게 메가 트렌드가 되었나 (0) | 2021.09.23 |
젠틀몬스터와 아더 스페이스, 이 공간이 주목받는 이유 (0) | 2021.05.11 |
코로나 시대에 고객이 원하는 제품은?- HMR · 밀키트로 집밥을 차리다 (0) | 2021.03.16 |
매장의 첫인상 공간 콘텐츠와 직원의 태도 (0) | 2020.11.3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