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가 갖는 잠재적 가치를 현재와 미래 세대까지 이어지게 하는 힘
이것이 뉴트로가 갖는 시대문화적 의미이자 MZ세대가 열광하는 이유.
디지털 기술의 진보가 오히려 옛것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일까?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 한두 번의 클릭만으로 원하는 정보 검색과 쇼핑이 가능할 만큼 라이프스타일은 간편하고 풍요로워졌다. 그럼에도 어느 때보다 사람들은 고독과 공허함을 느끼며 정서적 안정과 과거의 향수를 그리워한다.
이러한 소비자의 정서적 변화와 니즈를 반영하듯 기성기업은 물론 정보화, 기술의 진보를 내세우는 IT기업조차 ‘감성’을 매개로 과거의 향수와 감각을 자극하는 제품 패키지를 선보이거나, 오래된 주택 공간을 활용해 기업의 아이덴티티를 전달하는 방법 등을 통해 소비자와 소통한다.
이러한 뉴트로 마케팅 전략으로 MZ세대에게는 새로운 감성과 취향을, 기성세대에게는 과거의 기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킴으로써 브랜드와의 교감을 높이려고 한다.
전 세대를 아우르는 뉴트로의 매력
몇 년 전부터 시작된 레트로(Retro) 열기가 팬데믹 이후 더욱 거세지고 있다. 레트로는 기성세대에게는 과거의 추억과 향수를 자극하고, MZ세대에게는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경험으로 뉴트로 감성을 선사한다.
레트로와 뉴트로의 차이점을 살펴보면, 레트로는 ‘추억’이라는 의미를 가진 ‘retrospect’의 앞부분에서 파생된 단어로 ‘회상’ ‘회고’의 뜻도 포함한다. 레트로가 과거의 기억을 그리워하고 향수를 느끼는 것이라면, 뉴트로는 새로움 ‘new’와 레트로 ‘retro’가 합쳐진 단어로 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경향을 말한다. 즉 단순한 복고가 아닌 복고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것으로 오래된 것을 소환해 현대적 가치를 입혀 새로운 복고의 탄생을 의미한다.
‘레트로’가 갖는 옛것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인식의 변화, 그리고 사회적 배경 중심에는 디지털 전환이 자리 잡고 있다. 디지털 융합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은 사람들에게 불안 요소로 작용하고, 편리한 디지털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피로감과 공허함을 야기 시킨다.
때문에 사람들은 디지털의 편리함에서 벗어나 조금은 귀찮고 시간이 걸리는 아날로그 감성으로 정서적 안정을 찾으려 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소비자의 인식과 니즈를 반영한 뉴트로 디자인들이 MZ세대를 주축으로 향유되고 있다.
오래된 단독주택을 활용한 기업의 비즈니스 전략
몇 년 전부터 메가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뉴트로는 디자인 전반에 걸쳐 다양한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공간에서도 자주 목격되고 있다. 도시개발로 뭐든지 싹 갈아엎던 방식에서 벗어나 근대 건물이나 주택을 되살려 과거의 오래됨과 현대의 새로움을 융합한 장소들이 등장한 것이다.
대표적으로 익선동, 을지로, 성수동 등이 핫 플레이스로 떠올랐으며, 특히 익선동은 최근 서울에서 가장 힙한 장소로 탈바꿈했다. 한옥 형태와 구조, 좁은 골목길의 특징을 살려 카페, 레스토랑, 디자인 상점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곳으로 걷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동네다. 익선동과 가까운 을지로는 지역의 역사적 특성을 살리며 사람들이 많이 찾는 장소가 됐으며, 성수동은 공장과 창고 등 오래된 공간에 새로운 문화 콘텐츠를 융합했다.
이들 뉴트로 공간들은 오래된 것을 버리고 철거하는 대신, 과거에 머물렀던 장소와 이야기를 새로운 가치로 재해석하며, 공간이 지닌 옛이야기와 켜켜이 쌓인 시간의 기록을 담은 스폿들로 떠오르며 대중에게 주목받고 있다. 역사적 흔적인 구조체를 재활용한 공간이 현대 공간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잠재적 가치를 현재 세대와 미래 세대까지 전달하기 때문이다.
언론사가 뉴트로 공간에서 MZ세대와 소통하는 법
최근 중앙일보가 오래된 단독주택을 활용해 기업의 아이덴티티를 부여한 팝업 스토어를 오픈했다. 지난해에는 중앙일보 자매회사인 JTBC가 홍대에 ‘JTBC Play’ 공간을 마련해 브랜드 체험 및 홍보에 나섰다. 그리고 올해 6월 중앙일보는 독자(소비자)와의 소통 공간으로 60년대 단독주택을 활용한 ‘민지맨션’ 프로젝트 1호점을 한시적으로 홍대에 선보였다.
민지맨션은 MZ세대가 지향하는 소비 가치관을 경험으로 보여줄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다. MZ세대의 관심사인 지속 가능성과 나를 표현하는 방식 그리고 레트로와 헤리티지를 참가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설계했다.
언론사가 팝업 스토어를 전개한 이유가 뭘까?
지면보다 온라인 뉴스를 소비하는 시대에 기성 언론사들은 대다수가 독자의 연령층이 높고, 신문의 수익원은 지극히 제한적인 상황에 놓였다.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젊은 세대가 기성 매체 뉴스를 소비하지 않는 경향이 더욱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기성 언론사들은 2030세대가 필요로 하는 정보와 뉴스 코너 등을 신설하며 젊은 독자에 다가서려고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언론사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다. 타업계 기성기업들도 MZ세대 소비자를 확보하기 위한 돌파구를 찾고 있다.
기업이 MZ세대를 소비자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이들을 주요 목표 고객의 하나로 설정해 그들의 속성 및 욕구와 추구하는 가치를 분석하며 이해하고 소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최근 기업들이 젊은 세대와의 소통의 공간으로 현대적인 공간이 아닌 오래되고 낡은 건축공간을 활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MZ세대는 인류 역사상 가장 다양성을 갖춘 세대로 자아에 대해 좀 더 자유분방하고, 상시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지만, 여전히 오프라인 공간을 즐기는 세대라는 점이다. 동시에 뉴트로 공간은 과거를 재해석함으로써 역사성의 발견과 새로운 경험에 참여할 수 있어 자연스럽게 기업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뉴트로 공간의 3가지 전략
기업들은 젊은 세대와의 접점을 높이기 위해 오래된 단독주택 및 낡은 산업 공간을 활용해 팝업 스토어나 전시 등을 운영하지만 모든 뉴트로 공간이 소비자에게 감동이나 새로운 경험을 주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뉴트로 공간을 통해 브랜드의 정체성을 제대로 전달하고 소비자와 효과적으로 소통하기 위해서 무엇을 고려해야 할까?
1. 새로운 가치로 공간을 활용한다
뉴트로 공간은 그 공간의 시간성과 가치를 보전하는 데 의미가 있다. 낡아서 버려진 산업 공간이나 노후화된 주택을 활용하면서 낡은 물리적 요소만 드러내는 재생이나 이벤트는 공감을 얻기 어렵다.
그 공간이 지닌 과거의 요소와 의미 그리고 상징성을 드러내며 새로운 가치로써 공간을 활용해야 감성을 불러올 수 있다.
앞서 민지맨션의 공간은 60년대, 대한민국 1세대 건축가인 김중업 건축가가 설계한 주택을 그대로 활용해 팝업스토어를 운영했다. 하지만 설계가 뉴트로 공간의 특성과 조화를 이루기보다는 브랜드와 제품들 그리고 고객 경험에만 치우쳐 다소 아쉬웠다는 평가다.
2. 복고에 현대적 감성을 담는다
뉴트로 공간은 오랜 시간 축적된 공간의 본질과 특성을 살리면서 현대적인 요소와 융합된 독창적인 디자인이 필수다. 건축물의 고유성과 현대적인 요소가 대비되어 내제된 감각과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공간은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 모두에게 좋은 놀이터가 된다. 결국 방문객은 기업의 철학에 몸소 공감하며 이렇게 쌓인 호감은 제품 및 서비스의 구매로 연결된다.
3. 뉴트로는 재현이 아니다
레트로가 과거의 것을 추억하며 과거 콘텐츠를 재현하고 소비하는 방식이라면, 뉴트로는 과거의 것을 현대적 가치로 재해석해 새로움을 경험하는 것이다. 뉴트로 공간이 단순히 과거를 재현하는 오래된 물건들만 채워진다면 박물관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뉴트로 공간은 과거와 융합된 새로움이 있어야 한다. 기성세대가 접한 과거의 스토리가 현시대를 사는 젊은 세대에게 흥미를 끌기 위해서는 그들의 감성에 맞는 현대적 요소를 융합해야 한다. 그들과의 접점 요소가 있을 때, 젊은 세대는 호기심을 가지고 새로운 경험을 획득하기 위해 방문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사람들은 디지털 시대가 가속화될수록 옛것의 의미와 가치를 상기시키며 정서적, 창의적 감성이 감화가 되는 ‘뉴트로’에 더욱 열광한다. ‘뉴트로’는 사회, 경제적 부분과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오래되고 촌스럽다고 여겨졌던 제품과 공간들이 현대적 감성을 만나 ‘메가 트렌드(지속시기 10년 이상)로 자리 잡은 지금의 모습이 이를 충분히 방증한다. 뉴트로를 하나의 ‘문화’로 받아들여야 하는 시점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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