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테일이 있다라는 말은 일 잘하는 사람이라는 뜻을 함축하고 있다. ‘디테일 하다는 흔히 꼼꼼함이나 지나치게 소소함을 챙기는 것으로 이해하지만, 사실은 배려와 정확성에 대한 태도이다.  

디테일에는 숨은 힘이 있다. 일상에서는 상대방의 소소한 관심으로 시작해 배려로 이어지고, 업무에서는 사물에 선택과 집중을 높여 정확성으로 이어져 좋은 결과를 낳는다.

 

악마는 디테일이 있다?

마케팅에서 자주 사용하는 악마는 디테일이 있다(The devil is in the detail)’라는 말은 세밀한 부분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뜻으로 고대 그리스의 격언인 신은 디테일에 있다(God is in the detail)’에서 유래되어 경구(警句)로 사용되고 있다

 

건축가 미스 반 데어 로에가 인터뷰에서 자주 사용하기도 했던 말로, 아무리 거대한 규모의 아름다운 건축물이라도 사소한 부분까지 최고의 품격을 지니지 않으면 결코 명작이 될 수 없다는 뜻이다. 이는 사소한 부분에 숨어 있는 신비스러운 요소가 디테일이며 사물의 규칙은 디테일 안에 존재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중국의 경영 컨설턴트 왕중추는 그의 저서에서 디테일을 매우 작은 사물이나 실무 속에 내재된 관계와 본질을 반영하는 것으로 어떤 목적을 가진 관계나 시스템과 연결되면 존재의 가치와 의미가 커진다고 서술했다즉 사람, 사물 등 각각의 개별적으로 내제된 고유한 요소와 관계를 디테일하게 분석한다면 탄탄한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영역에서 디테일이 만병통치약으로 통하지는 않는다.  

디테일은 일부 영역에 한해 가치가 있으며 특히 진정성이나 차별화가 필요한 영역에서 더 큰 파급력을 갖는다.

 

제품의 상향평준화로 브랜드간 경쟁이 치열할 때, 여기저기 멋진 공간디자인들이 넘쳐날 때, 그동안 사소하다고 판단되던 것이 고객 불편으로 이어졌을 때처럼 브랜드와 제품을 차별화하고 고객의 체감가치를 높여야만 할 때 디테일은 빛이 난다고객 역시 남다른 차별성과 배려를 느끼게 하는 제품이나 서비스 그리고 공간을 대할 때 비로소 브랜드 가치를 인식하며 더 나아가 충성고객으로 연결된다.   

브랜드가 시각적으로 독특하고 완벽하다고 고객들이 무조건 감동하지는 않는다고객은 작지만 의미 있고 나도 모르게 원하던 것을 마주하고 공감했을 때라야 마음을 연다.  

고객은 그동안 필요로 했던 기능과 디자인, 세심한 배려의 공간, 그리고 불편 사항을 빠르고 신속하게 처리하는 직원의 태도 등 섬세한 부분에서 감동을 받기 때문이다.  

기업이 고객과 나눌 수 있는 가치는 브랜드 관점이 아니라 고객 관점으로 시작된 사소한 그 어떤 것들이다.

 

고객의 니즈와 불편을 해결한다

디테일로 승부해온 기업 사례들은 우리가 이미 제품이나 시스템, 공간을 통해 경험했다이들 기업들은 고객 가치 관점에서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을 섬세하고 집요하게 통찰함으로써 고객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어떤 것에 불편함이 있는지, 더 나아가 고객 자신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숨겨진 니즈까지 충족시킨다.  

그 결과 빠르고 정확하게 시장에 스며들어 성공에 이른다.

 

마켓컬리는 세상에 없던 샛별배송으로 큰 성공을 이루며 온라인 신선식품 시장의 선두주자가 됐다. 신선한 식재료가 현관 앞에 방치되는 불편함으로 시작된 김슬아 대표의 고민은 고객이 집에 항상 있는 시간이 출근 전이라는 결론을 얻었고, 이 발상의 전환이 바로 새벽배송 시작이었다.  

안전하고 편리하게 배송 받고 싶은 직장인, 맞벌이 가구, 아침에 신선한 배송을 원했던 소비자의 잠재욕구와 불편을 마켓컬리는 비즈니스 기회로 바꿔냈다

 

쿠팡은 고객이 주문과 동시에 익일배송을 받고 싶은 니즈(needs)와 원츠(wants)를 중심으로 쿠팡이 직접 개발한 기술과 시스템 그리고 자체 물류 인프라를 기반으로 로켓배송을 구현했다.  

쿠팡의 배송서비스 모델이 최근 다크 스토어(dark store)라는 유통구조를 빠르게 안착시켰다.

 

고객의 숨겨진 니즈까지 찾는다

소비자 니즈는 소비자 스스로 인식하는 니즈와 숨겨진 니즈 두 가지로 구분된다.  

소비자가 인식하는 니즈는 표현을 통해 알 수 있지만 숨겨진 니즈는 고객의 라이프스타일, 소비패턴 등을 디테일하게 관찰함으로써 얻어지는 것이다.  

브랜드가 고객의 숨겨진 니즈를 제시할 때 고객은 더욱 열광하고 충성한다. 소비자 자신도 미처 인식하지 못한 니즈가 독특한 구매과정을 통해 드러났기 때문이다.

패스트컴퍼니(미국 경제매체)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 1이자 D2C 스타트업 시대를 연 기업으로 와비파커를 꼽았다미국의 비싼 안경 값과 유통구조의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와비파커는 공장에서 바로 소비자에게 안경이 배송되는 홈 트라이온(Home Try-On)’ 시스템을 혁신적으로 선보였다.  

오프라인 판매 방식을 고수했던 기존 안경점과 달리 와비파커는 자사 홈페이지에서 써보고 싶은 안경 5종을 고르면 샘플을 고객의 집까지 무료배송 해준다

고객은 5일 동안 충분히 체험할 수 있고 마음에 들면 바로 주문해 맞춤으로 제작된 안경을 받는다. 

이처럼 와비파커는 비싼 안경을 구매해야 하는 소비자의 불편함을 무료체험과 유통구조, 서비스 혁신으로 개선했다.

 

와비파커가 D2C 스타트업 시대를 열었다면 젠틀몬스터는 예술을 융합한 공간 활용과 고객 경험을 확장시켰다.  

젠틀몬스터는 새로운 쇼룸을 오픈할 때마다 예상치 못한 공간마케팅으로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화제를 모았다.  

기존 매장 이미지와 다른 차별화된 공간마케팅으로 타 업종에도 벤치마킹을 할 만큼 브랜드 인지도를 높였다.  

이와 같이 젠틀몬스터는 전혀 새로운 공간 시도를 통해 대중들의 감성을 깨우며 새로운 감각과 디테일함으로 그들을 만족시켰다.

12월에 오픈한 성수동 ’LCDC SEOUL’ 복합문화공간을 둘러보면서 브랜드가 얼마나 디테일해졌는지를 엿볼 수 있었다

기존에 쉽게 접할 수 없는 스몰 브랜드들을 큐레이션하여 공간, 콘텐츠, 아트, F&B까지 통합한 감도 있는 설계로 대중에게 새로운 브랜드와 제품의 발견 그리고 공간을 통한 감성과 영감을 회복할 수 있는 공유 플랫폼을 제시했다이는 위드코로나 시대에 고객에게 새로운 즐거움과 향유, 문화 등을 선사하며 자연스럽게 브랜드 가치를 전달한다.

 

작은 차이, 큰 감동

코로나는 우리의 일상을 온라인화 했다. 고정된 장소에서 하나의 정체성으로 살지 않는 메타버스 시장이 확장되면서 현시대 소비자는 시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난 편리함과 다양한 구매경험에 익숙해졌다.  

동시에 소비자는 이같은 구매경험에 만족하지 않고 브랜드를 자신의 일상적인 관계에 놓이기를 원한다

고객들은 브랜드가 자신과 관련된 니즈와 불편함을 해결하려고 애쓰는 모습에 감동한다. 또한 고객은 큰 혁신, 최고의 상품을 기대하기보다 내가 원하는, 작지만 의미 있는 차별적 가치에 더 큰 의미를 둔다.  

앞서 언급했듯이 디테일은 배려와 정확성에 대한 태도이다.

 

스티브 잡스는 고객이 욕구를 느끼기 전에 그들이 무엇을 원할 것인가를 파악해야 한다. 사람들은 직접 보여주기 전까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라고 말했다이처럼 숨겨진 고객의 니즈를 읽어내고 사소해서 버려지기 쉬운 작은 것들까지 발굴하려는 노력은 결국 고객에 대한 배려이자 브랜드 정확성의 표출이다.

 

- 이글은 패션포스트 매거진에 기고한 칼럼을 재편집하였습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