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소비자들은 식료품을 대형마트나 슈퍼마켓에서 다발로 포장된 제품이나 저렴한 가격에 집중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건강한 먹거리를 비롯해 라이프스타일과 트렌드를 반영한 카테고리에 집중하고 커뮤니티, 지속 가능성 및 편의성 등에도 가치를 주어 자신에 맞는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국내에서도 소비자의 미래 요구 충족을 위해 공간변화과 라이프스타일을 집중 제안하는 MD구성, F&B 강화 등 체험형 콘텐츠로 변화하고 있다.
이렇듯 국내 식료품 매장은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공간에서 벗어나 고객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맞춰 풍성하게 채워진 체험요소들을 강화해 오프라인 매장만의 강점을 극대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유럽의 식료품 공간은 소비자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하고 있을까?
<LA GRANDE EPICERIE DE PARIS>
올해 상반기에 유럽 3개국의 식료품 공간들을 둘러보았다. 3년 만에 방문한 영국, 독일, 프랑스의 식료품 매장들은 온라인 채널의 급성장에도 불구하고 팬데믹 전보다 더욱 활기찬 풍경이 놀라왔다.
유럽도 팬데믹 이후 유통기업마다 온라인채널을 강화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디지털보다 아날로그 감성을 더 선호하는 공간분위기를 엿볼 수 있었다.
식료품 매장은 크게 3개로 나누어진다. Hyper(대형 마트), Super(슈퍼마켓), Express(편의점)로 나눌 수 있는데 하이퍼 매장은 유럽 외곽으로 나가야 접할 수 있으며 시내에서는 주로 Super(city), Express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최근 유럽은 양적인 쇼핑의 대명사인 하이퍼 매장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반면 유럽을 강타한 금융위기 이후 소량 구매 및 건강과 환경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유럽 소비자들은 신중하고 세심하게 소비할 수 있는 지역 상권 및 도시 중심의 Super, Express가 점점 증가하는 추세이다.
이글에서는 슈퍼마켓과 식품전문점 매장들을 다루고자 한다.
간편식 강자 영국 그로서리
<Amazon Fresh London>
세계 최대 온라인 상거래 기업체인 아마존이 외국 지점으로는 처음으로 영국 런던에 ‘아마존 프레시’를 개장했다.
아마존 회원이면 누구나 입장 가능하고 무인 결제까지 편의성이 강조되었지만 생각보다 매장 분위기는 한산했다.
아직까지 유럽은 무인 시스템보다 아날로그 시스템 공간을 선호하고 있다는 것을 영국의 대표 그로서리 매장들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영국 유통시장은 인플레이션이 계속 치솟고 있어 소비자, 소매업체, 공급업체, 농가 모두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황이다. 높은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식품업계는 건강한 식재료 및 식물성 식품 그리고 간편한 음식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영국의 간편식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할 만큼 맛과 패키지 디자인이 훌륭하다.
<사진 위Marks & Spencer 사진 아래Waitrose>
런던을 대표하는 식품 매장은 테스코(Tesco), 생즈버리(Sainsbury’s), 아스다(ASDA), 막스앤스펜서(Marks & Spencer), 웨이트로즈(Waitrose) 등이 있으며 최근에는 독일의 저렴한 마켓 브랜드인 알디(Aldi), 리들(Lidl)이 영국에 개장하면서 자국의 마켓 브랜드들을 위협하고 있다.
알디와 리들은 저렴한 가격대로 고물가인 영국 소비자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영국은 역사적, 지리적으로 다른 유럽 국가들과 인접해 세계 각국의 음식을 경험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나라이다.
때문에 영국이 유럽에서 이국적 메뉴부터 프리미엄 간편식까지 가장 먼저 도입하고 개발하게 되었고 결국 영국은 유럽의 ‘간편식 최강자’로 군림하게 되었다.
영국은 그 만큼 HMR, 델리, 냉동식품을 비롯해 F&B 전문점과 협업에 고객 니즈를 충족시키고 있다. 특히 막스앤스펜서와 웨이트로즈의 PB 간편식들은 진열만으로 소비자의 미각을 자극하는 감각적인 패키지 디자인이 유럽에서도 높이 평가된다.
최근에는 외식물가가 크게 상승하면서 합리적인 가격대의 프리미엄 냉동식품까지 성장하면서 델리. 냉동 카테고리가 더욱 소비자의 지지를 얻고 있다.
미식의 가치를 품은 파리 그로서리
프랑스는 요리와 미식이 연결된 나라이다. 프랑스 사람들의 삶에서 식문화와 테이블 문화는 그 어떤 나라보다 잘 발전되어 있고 특히 로컬 식재료와 음식을 접하는 것이 그들의 DNA에서 뿌리내린 ‘만트라’이기도 하다.
그래서 프랑스 식품매장에서는 지역 특화된 상품을 쉽게 만나볼 수 있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와인과 지역을 대표하는 특산품들이다. 이들 카테고리는 매장에서 중요 위치에 우선으로 판매하고 있다.
미식의 나라인 만큼 식품 전개도 감탄을 자아낸다. 특히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봉마르셰의 라그랑 에피티세리와 라파예트의 콜룸(COLOM)은 식품 큐레이션 부분에서 세계 최고의 공간으로 식품관도 명품관으로 구성될 수 있는 사례를 보여주는 곳이기도 하다.
그럼, 파리의 일반적인 식품 매장들은 어떤 분위기일까.
<Monoprix>
파리 모노프릭스(Monoprix), 프랑프릭스(Franprix), 까르푸(Carrefour), 오샴(Auchan) 등이 대표적 식품 매장들이다. 모노프릭스와 프랑프릭스는 파리 시내 곳곳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특히 모노프릭스는 식품 외에도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둘러볼 수 있는 MD구성으로 현지인은 물론 여행자에게도 인기 있는 마켓이다. 프랑스 그로서리 매장의 특징 중 하나가 다양한 농산물. 하이퍼 매장이 아닌 슈퍼마켓을 방문하더라도 농산물코너가 화려하고 다채롭다는 인상을 준다. 농산물 색감이나 형태자체도 다양하고 화려하지만 진열 방식도 획일적인 분위기보다는 각각의 농산물의 특징을 살리는 방식이 프랑스답다.
<Carrefour city>
프랑스를 대표하는 와인은 매장에서도 독보적인 존재감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의외로 음료 카테고리처럼 심플하게 전개되고 있다. 오히려 영국 그로서리 매장들이 와인을 더욱 세심하게 분류전개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프랑스는 와인보다 오히려 유기농 카테고리에 집중한다.
프랑스는 유기농 제품을 다른 유럽국가보다 적극적으로 소비자에게 제안한다.
유기농 제품은 농축산은 기본이며 와인, 가공식품, 일상용품까지 유기농 제품인증과 섹션을 명확하게 전개하는 방식을 눈여겨봐야 한다.
가성비 최고의 독일 그로서리
<Aldi>
독일 뒤셀도르프는 유로샵 일정으로 3년마다 방문하는 도시이다. 독일의 비주얼 머천다이징은 런던이나 파리와 다른 독일만의 독특한 시스템, 표준화식 공간 전개를 자주 볼 수 있는데 식료품 공간도 마찬가지다.
독일을 대표하는 마켓은 리들, 알디, 카우플란드(kaufland), 레베(REWE), 아데카(EDEKA) 등 다양하지만 그 중 독일인 사이에서 최고의 가성비 브랜드로 알려진 알디는 독일만의 실용적인 리테일 공간을 가장 잘 보여주는 마켓일 것이다.
알디는 물류 시스템을 표준화하여 배송속도를 높이고 물류비를 절감하는 동시에 공급자에게 받는 제품을 알디가 규정한 동일한 규격의 RRP(Retail Ready package)박스에 납품을 받는다.
동일한 규격의 RRP 박스는 물류에서 바로 매장 진열될 수 있도록 시스템화했다.
그래서 알디 매장은 각각의 공급자들에게 받은 RRP 박스들이 진열대에 겹겹이 쌓여 있어서 아주 저렴한 상품들이 진열되어 있는 것 같은 분위기이다.
이는 마치 “우리는 고급스러운 이미지 따위 필요 없다. 좋은 제품을 저렴한 가격대로 제공할 뿐!” 이라고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듯 매장 전체가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있음을 짐작하게 했다.
알디의 물류 및 진열방식은 타사 유통업계에도 영향을 미치며 알디 방식인 RRP박스를 그대로 집기에 쌓아 진열하는 매장들을 쉽게 만나 볼 수 있다.
사람들이 모이는 유럽의 그로서란트 매장
<EATALY London>
런던과 파리에서 시선을 사로잡은 식품공간은 이탈리(Eat aly)이다. ‘이탈리’는 한국에서도 만날 수 있는 이탈리아 전문 식품 브랜드로, 식료품점과 레스토랑이 결합한 그로서란트 공간이다.
한국의 이탈리는 마켓보다 레스토랑에 더 집중하고 있지만, 유럽에서는 이탈리아의 모든 식문화를 한 공간에서 경험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며졌다.
런던과 파리 매장에서는 이탈리아산 모든 재료들을 한 공간에서 구매할 수도 있으며 이탈리안 요리와 음료 그리고 와인까지 즐길 수 있는 다이닝 서비스까지 제공되고 있어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인다.
이처럼 유럽에서는 F&B공간이 확장되면서 체험을 강화한 그로서란트 형태의 공간들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슈퍼마켓도 기존의 운영방식에서 벗어나 F&B전문점과 협업한 델리. 냉동식품을 강화하고 유기농, 비GMO, 로컬 및 전문적인 카테고리를 늘리는 등 ‘양’에서 ‘질’을 추구하는 소비자 니즈를 반영한 제품군과 운영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는 하이퍼 매장이 줄어든 요인이 되었으며 슈퍼마켓은 지역 주민과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지역 밀착형 형태로 확장되는 것으로 이어졌다.
이젠 카트 안에 가득 물건을 채우기는 기쁨보다 얼마만큼 양질의 체험과 상품을 가치 있게 구매하는 것이 유럽 소비자에게는 더 중요한 쇼핑 패턴이 된 것이다.
국내 대형마트나 전문 식료품 매장에서도 공간변화를 시도하고 다양한 제품 구성으로 소비자에게 다채로운 미식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도록 제안하고 있다. 카테고리별 로컬 식재료를 비롯해 유기농 식품, 간편식 등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맞추고 있다.
하지만 유럽 3개국 그로서리 매장을 둘러보니 유럽의 농산물이나 가공 및 간편식의 가격대가 한국보다 저렴하고 다채로우며 패키지 디자인도 우수하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유럽은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한국보다 저렴한 가격대로 식료품과 식재료가 판매되는데, 한국이 유럽의 장바구니 물가보다 더 비싸다는 점은 무척이나 아쉽다.
*이글은 패션포스트에 기고한 글을 재편집*
http://fpost.co.kr/board/bbs/board.php?bo_table=fsp34&wr_id=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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