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늦은 시간 지인들과 모임후 지하철을 탔다.
지하철에 빈자리가 없어 서서 있었는데 앞으로 노부부가 다정히 앉아 계셨다.
70대로 보이는 부부는 필자 부모님과 같은 나이대로 보였다.
부부의 대화를 우연히 듣게 됐는데 이번 휴가에 대해 대화를 하시며 한숨을 쉬셨다.....
할아버지: 이번 휴가는 어떻게 하지? 이번에도 둘만 보내야겠지?
할머니: 애들이 우리랑 휴가를 보내고 싶겠어요. 예전에도 한번 갔지만 그때 애들과 손자들이
우릴 싫어하는 눈치였잖아요.우리 때문에 잘 놀지도 못하고 우리 신경쓴다고 돈도 많이
쓰고 불편해 하는 것 같에서 다음 휴가부터 우리가 그 동안 피했는데...
할아버지: 아니 그렇다고 이젠 애들이 휴가를 같이 보내자고 말도 안하네
좀 섭섭해..물론 얘들이 바쁘고 우리가 한번 사양했다고 통 말을 안하네..
할머니: 그러게요....
휴가 보내라고 달랑 돈만 붙이고 자기네끼리 가나봐요.
우리에게 다시 같이 가자고 하면 좋을 텐데....
할아버지: 아들이 둘이고 며느리고 있고 딸도 있는데 늙으니 우리가 소용 없나봐. 이젠 자식들의
눈치를 보고 우릴 불편해 하니 말도 못하고 우리가 괜히 분가 하라고 했나?
분가 하니깐 돈만 붙이고 통 놀러도 안오고......
할머니: 아니 잘 했어요. 우리랑 살면 애들이 불편하지 뭐...
요즘 애들이 부모랑 사는 것을 누가 좋아하겠어요.
우리 올해도 작년에 갔던 남해안에서 즐겁게 보내요^^
할아버지: 그래.......애들을 위해 우리끼리 휴가를 보냅시다^^
그리고 난 지하철을 갈아타기 위해 내렸다.
그리고 다음 지하철을 타면서 부모님을 생각하게 됐다.
부모님과 휴가를 보낸건 3년전이 마지막이였다. 항상 매년 8월이면 온 가족이 모여 (가족수 18명)
가까운 바다가를(석모도) 가서 하루 동안 즐겁게 휴가를 보낸적이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이런
휴가가 가족간의 스케줄 문제로 3년동안 휴가를 같이 보내지 못했다.
3년동안 부모님은 두분이 휴가를 보내시며 다른 가족들은 나름대로 각각 휴가를 보냈다.
부모님은 두분이 휴가를 보내시며 그 곳 특산물을 사오시고 우리에게 다 나누워주시며 휴가를
잘 보냈다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오늘 노부부의 지하철의 대화를 듣고 우리 부모님도 우리와 같이 가고 싶었는데 갈 수 없는
상황에 섭섭하시고 예전에 같이 갔던 휴가를 그리워 하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울컥했다. ( 지하철 노부부처럼 부모님도 이런 대화를 하셨을까?)
부모님도 이런 생각을 하시고 섭섭해 하시며 우리들을 위해 말을 못하신게 아닌가 생각해 봤다.
지하철 노부부의 대화에서 우리들의 부모님도 자식을 위해 똑 같은 생각을 하시지 않았을까?........
'끄적끄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본 아사쿠사에 소방서가 생긴 이유 (8) | 2008.07.15 |
---|---|
김포국제공항 택시이용 불편하다 (7) | 2008.07.12 |
마트에서 순간포착! 도우미 엉덩이 뒤에는... (24) | 2008.07.03 |
직장생활에서 'NO' 하면 괴로운 이유 (9) | 2008.07.02 |
남성들이 쇼핑을 싫어하는 이유는 뭘까? (24) | 2008.07.0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