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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테일 트렌드

도쿄 패밀리마트 무인 컨비니언스 편의점 방문기

by 머쉬룸M 2025.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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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 도쿄의 연말 풍경 속에서 유독 오래 잔상에 남은 공간이 있다. 타카나와 게이트웨이 시티와 함께 도쿄 워터프런트 재개발 흐름을 대표하는 블루 프론트 시바우라 3층에 위치한 무인 패밀리마트, 흔히 파미마(ファミマ!!)’라 불리는 이 매장은 우리가 알고 있던 편의점의 전형과는 분명히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도쿄는 오래전부터 단일 용도의 개발을 반복하지 않았다. 주거, 업무, 상업, 문화, 공공 기능을 한 덩어리로 엮는 복합 재개발을 통해 도시의 리듬 자체를 다시 설계해왔다. 롯폰기 힐스나 에비스 가든 플레이스, 최근의 도라노몬 힐스와 아자부다이 힐스에 이르기까지, 도쿄의 도시는 어디서 일하고, 어디서 쉬고, 어디서 소비하는가를 분리하지 않는다. 블루 프론트 시바우라는 이러한 흐름이 가장 일상적인 형태로 구현된 비즈니스 블록이라 할 수 있다.

 

JR 하마마쓰초역에서 내려 퇴근길 직장인들 사이를 걷다 보면, 이곳이 명백한 업무 지구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체감하게 된다. 하지만 차갑게만 느껴질 법한 도시 풍경은 연말 일루미네이션과 건물 내부의 부드러운 조명 덕분에 묘한 온기를 품고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에 도착했을 때, 예상했던 편의점 분위기를 기대할 수 없는 조용한 공간이다. 

 

 

이곳의 무인 파미마는 놀라울 정도로 절제돼 있다.

제품 수는 최소화되어 있고, 진열은 벽 대신 큐브형 집기와 간결한 랙으로 구성되어 있다. 조명은 그림자를 만들지 않고 균일하게 공간을 감싸며, 바닥과 천장의 톤은 인접한 오피스 공간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편의점이라는 단어가 주는 즉각적인 연상보다, 이 공간은 오히려 공유 오피스의 연장선처럼 느껴진다.

 

 

이 매장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Convenience Wear.

패밀리마트가 전개해온 이 의류 라인은  편의점에서도 옷을 판다는 차원의 시도가 아니다. 양말, 이너웨어, 티셔츠처럼 생활의 빈틈을 메우는 최소한의 의류만 남겨두고, 패션적 과잉이나 선택의 부담은 과감히 덜어냈다. 출근 중이거나 업무 중, 혹은 갑작스러운 일정 변화 속에서도 고민 없이 집을 수 있는 것들만 남아 있다.

 

왜 하필 이 공간에, 이 옷들만 남았을까.

블루 프론트 시바우라의 구조를 떠올리면 답은 비교적 명확해진다. 상층에는 대형 오피스가 있고, 같은 층에는 스타벅스와 공유 오피스, 휴식 공간이 뒤섞여 있다. 사람들은 쇼핑을 하기 위해이곳에 오지 않는다. 업무 동선 안에서 자연스럽게 스쳐 지나가는 공간, 그 흐름 속에 파미마는 놓여 있다. 그래서 이 매장은 모든 것을 파는 편의점이 아니라, 이 공간에서 가장 덜 방해되는 형태의 리테일을 선택했다.

 

VM 관점에서 보아도 이 선택은 분명하다.

전면에 배치된 큐브형 집기 배치는 기능과 정보를 동시에 전달하는 장치다. “이게 어떤 상품인가?”를 묻기 전에 시선이 먼저 답을 찾는다. 상품, 컬러, 기능, 메시지는 장식보다 이해를 우선하며 설계되어 있고, 무인 매장이라는 조건은 오히려 이러한 이해 중심의 VM’을 더욱 선명하게 만든다. 보여주는 것과 설명까지 포함된 구조다.

 

이곳에서 파미마는 더 이상 편의점 브랜드로만 보이지 않는다.

블루 프론트 시바우라가 지향하는 것은 일과 생활의 경계가 흐려진 도시다. 출근과 휴식, 소비가 하나의 리듬 안에서 순환하는 환경 속에서, 브랜드 역시 그 리듬을 방해하지 않는 방식으로 존재해야 한다. 그 결과 이곳의 Convenience Wear는 패션을 넘어 입는 인프라에 가깝다.

 

 

 

양말 하나를 계산하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제 리테일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상품을 갖추고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 공간의 맥락 속에서 얼마나 정확하게 필요한 존재로 남아 있는가의 문제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을. 블루 프론트 시바우라의 무인 파미마는 그 질문에 꽤 명확한 답을 보여주고 있었다.

 

 

https://youtube.com/shorts/xj_BSHKu3Os?si=5ECDX6soVbvcgXj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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