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저녁, 일을 마치고 지하철을 탔다. 시청에서 신촌 방향으로 가는 2호선을 탔는데 무척이나 다리가 아파서 자리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지하철이 들어오는 순간, 토요일이라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었다. 신촌 방향이라 대부분 약속장소인 신촌 아니면 홍대에 내리는 사람들이라 생각하며 지하철에 올랐다. 지하철을 타자마자 앞에 80대 이상 되시는 할머니가 아슬아슬하게 기둥을 잡고 서 계셨다. 허리는 굽으시고 하얀 머리에 애처롭게 앞에 앉아 있는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이들을 쳐다보셨다.
처음에는 할머니가 다음에 내리시려고 미리 자리에 서 계시나 의심을 할 정도로 앞에 앉아 있는 대학생들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앉아 있었다.
그리고 다음 내리는 정거장에 도착을 했지만 할머니는 내리시지 않았다. 좀 당황하기 시작했다. 할머니는 정말 아슬아슬 힘겹게 서 계시는데 아무도 양보를 해주는 사람이 없다는 게 내 눈을 의심하며 자리에 앉은 사람들을 차근차근 보기 시작했다.
7명이 앉아 있었지만 끝에 두 사람만 나이가 있는 사람이고 나머지 즉 할머니와 가까이 있는 사람들은 분명 20대 초반 대학생으로 보였는데 그들은 만화를 보거나 통화를 하거나 책을 보거나 아니면 멍하게 앞을 보는 사람들……물론 책을 보다보면 주위를 잘 볼 수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책이나 게임을 집중적으로 해도 앞에 누군가 새로운 사람이 자리에 서 있으면 얼굴은 볼 수 없지만 옷차림 즉 하의를 힐끗 보게 마련이다. 하의 차림이나 서 있는 다리만 봐도 어르신인지 아닌지는 분명 알 수 있는 것이다. 눈치가 있고 예의를 아는 사람이면 앞에 서 있는 사람의 얼굴을 보며 할머니, 할아버지라면 “앉으세요“ 하면서 자리를 당연히 어르신에게 양보한다.
( 지하철 풍경이 참 묘하다. 자리에 앉아 있는 대학생 5명 그리고 서 있는 사람들은 할머니와 50대로 보이는 아저씨 아주머니, 이분들의 눈은 레이저 광선이 나올 것 같이 자리에 앉은 젊은이들을 강하게 노려보며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시고 기둥을 잡고 계시는 할머니는 앉아있는 사람들과 서 있는 사람들 양쪽을 애처롭게 쳐다보신다 )
세 정거장이 지났다. 할머니가 더 힘들어 하시자 ‘나라도 자리양보를 해달라고 말을 해야 하나?’ 생각을 하는데 뒤에 노약자 좌석에서 앉아 계셨던 한 할머니가 “ 저기요 할머니 여기 앉으세요” 하시며 자리에서 일어나 할머니를 모시로 오셨다. 노약자 좌석에 계신분도 할머니이신데 말이다. 그리고 자리가 나자 한 할아버지가 앉으시려고 하자 양보하시는 할머니가 할아버지께 “ 저기요 거기 앉지 마세요. 이분이 앉으실 거예요” 하고 하니 할아버지 멋쩍어 하신다. 참.... 이런 상황을 보다니 씁쓸하다.
할머니가 자리 양보 안 하는 젊은이들 때문에 다른 할머니에게 자리를 양보하시다니...
노약자에 앉으신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 젊은 사람들에게 섭섭하신지 푸념을 하신다.
“ 에고 요즘은 말을 해야지만 젊은 사람들이 자리를 양보해요. 말 안하면 무시하거나 모른척 하지. 예전 같지 않아요. 다음엔 어르신! 젊은 사람들에게 양보 좀 해달라고 말을 하세요” 하자 할머니는“ 나이든 사람이 사람 많은 지하철을 이용한다고 욕할까봐 말을 못하겠어요” 하시며 노약자 근처에는 일반석으로 가지 않는 어르신들만 서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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