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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성추행하는 남자의 손을 봤다.

by 머쉬룸M 2009. 8.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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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은 출퇴근 시간대 사람들이 많은 지하철과 버스에서 일어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아침이지만 비교적 사람이 적고 앞좌석에서도 나를 볼 수 있을 정도로 한가한 지하철에서 난, 성추행을 당했다. 말로만 듣고 뉴스에서만 접했던 것을 처음으로 당했다.

금요일 오전 9시 30분, 을지로에서 잠실방향으로 가는 지하철을 탔다. 처음엔 사람이 많아 서 있다가 몇 정거장을 지나니 좌석이 있어 앉게 되었다. 그날따라 좌석에는 난방으로 의자가 따뜻하고 조금씩 피곤이 몰려와 눈을 감았다. 하지만 눈만 감았고 잠들지는 않았다.

순간순간 눈을 뜨며 주위를 돌아봤지만 서있는 사람들도 줄고 지하철 안은 한가했다. 또 다시 몇 정거장이 지나고 내 옆자리에 다른 사람이 앉았지만 그닥 신경 쓰지 않았다. 그리고 또 몇 정거장이 지났다...


눈을 감고 있는 상태에서 누군가의 손길이 엉덩이를 스치는 느낌이었다.
순간 난 “뭐야” 화들짝 놀래며 손길이 있는 옆자리를 봤다.
내가 “뭐야” 하면서 옆 사람을 쳐다보기 위해 크게 몸을 옆쪽으로 돌리자 옆 사람은
순식간 자신의 손을 당기고 자신의 엉덩이에 손을 가져가며 얼굴은 반대로 돌리고 눈을 감았다. 놀란 나를 반대편 좌석의 사람들도 보고 나와 그 남자를 수시로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도 이 남자가 성추행을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모르게 주시하고 있었다.

가슴 떨리게 너무 놀라고 당황했지만 마음을 진정하며 얼굴을 돌린 성추행 범을 1분 이상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성추행범은 눈을 감았지만 내가 쳐다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의 감은 눈은 불안한지 눈동자가 마구 흔들리는 것을 볼 수 있었고 주위를 살피고 싶었는지 실눈을 뜨기고 한다. 눈을 뜨기를 바랬다. 그리고 "무슨 짓이에요 왜 엉덩이를 만져요" 하고 싶었다. 하지만 눈 감은 이 사람에게 이런 말은 소용없고 앞으로 일어날 일들이 조심스럽기도 했다. 그래서 가방의 디카를 꺼내고 성추행범의 손을 찍었다. 그리고 너무 기가 막히고 그 남자의 손을 보았다.

 

성추행범의 움칠한 손이다. 내리기 두 정거장동안 부동의 자세로 움직이지 않았다.

내가 내리려고 하자 옆에 앉아 있던 모녀는 어린 딸에게 혹여나 하는 마음으로 딸아이에게 “일어나” 한다. 그리고 일어난 내 좌석에 남자가 앉았다.
성추행범은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고도 한동안 꼼짝하지 않고 부동의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루 종일 기분이 불편했다.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이 있는데 난, 30분 이상해야 하는 진행을 20분 안에 끝내고 하루 종일 우울했다. 그리고 진정하고 그 후 사진을 보면서 그 남자는 순간의 실수가 아닌 전문 성추행범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는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으로 보이고 옷차림은 너무 편안한 동네 아저씨의 차림이지만 가방은 옷차림에 어울리지 않게 큰 가방이다. 큰 가방으로 자신의 손을 가리고 성추행을 감추기 위한 도구로 사용했다. 나 또한 큰 백과 넷북이 올려진 모습으로 앉아 있는 나의 모습이 가방으로 일부분 가려진 상태였다. 그 남자는 쉽게 앞좌석의 사람들도 모를 정도로 자신의 범행을 가방으로 가리고 있었다. 범행 대상인 나는 눈을 감고 있었고 자는 걸로 알아 좌석이 나자 내 옆으로 앉았다. 이것이 전문 성추행범이 사람들이 없어도 가방과 잠들어 있는 여성에게 접근하는 방법으로 범행을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보통의 사람들은 오해 받기 싫어 손을 무릎에 올리는데 말이다.
주위에서 너무 평범하게 보였던 그 남자는 성추행 범이었다.

난 이 글을 쓰면서 나에게 성추행을 했던 사람이 봤으면 한다. 그리고 대중교통에서 벌어지는 성추행을 하는 사람들도 이글을 봤으면 한다.
추악하고 부끄러운 자신의 손을 보면서 이 땅에 성추행범이 사라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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