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꽃을 두기 시작한 지 1년이 지났습니다. 주말 아침마다 고터나 남대문 꽃시장에 들러 새로 나온 꽃을 고르는 일은 이제 내 몸에 밴 자연스러운 일상이 됐어요.

직업이 VMD(비주얼 머천다이징)다 보니 집에서도 시각적인 조화를 따지게 됩니다. 꽃은 공간의 무드를 바꾸는 가장 쉽고 명확한 도구예요. 일주일의 시작점에 테이블 위의 꽃을 바꾸는 행위는, 나에게 한 주를 정성껏 맞이하겠다는 일종의 선언과도 같습니다.
지난 연말, 친구들과 함께했던 두 번의 파티 테이블은 그동안의 루틴이 빛을 발했던 순간이었습니다.
🌹 Christmas Eve: 붉은 장미가 준 따뜻한 위로
지난 크리스마스 이브, 제 식탁의 주인공은 '짙은 레드 장미'였습니다. 올해 출간한 저의 책 『잘 팔리는 매장의 비밀』 북토크 때, 작은 유리병에 꽃 한 송이씩 꽂아 연출했던 것이 참 반응이 좋았거든요. 그 아이디어를 그대로 집으로 가져와 봤습니다.


검은 테이블 위로 툭툭 놓인 붉은 장미 다섯 송이. 화려한 센터피스보다 이렇게 시선을 분산시키는 연출이 대화하기에는 훨씬 편안하죠. 산타 옷을 입은 와인병과 빨간 딸기 타르트, 그리고 장미의 붉은 색감이 연결되면서 촛불 없이도 식탁이 꽉 찬 느낌을 주었습니다.

이날은 화려한 테크닉보다 '그날의 기분'을 담는 데 집중했어요. 덕분에 투박하게 구워낸 빵과 소박한 안주들이 장미의 생동감 덕분에 더욱 맛있어 보였습니다. 지인들이 "정말 기억에 남는 밤이었다"고 말해준 건, 아마 공간을 채운 이 따뜻한 색의 온도 덕분이었을 거예요.
🌷 New Year’s Eve: 노란 튤립과 함께 연 '희망'의 창
2025년의 마지막 날, 그리고 2026년의 시작을 앞둔 테이블은 노란 튤립으로 채웠습니다.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있으니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하고 싶었거든요.

요즘 꽃시장에 한창인 튤립은 10송이에 만 원 남짓이라 부담도 없습니다. 이번에는 꽃병들을 원형으로 배치해 리듬감을 줬습니다. 튤립의 유연한 곡선이 테이블 중앙의 음식들을 포근하게 감싸 안는 느낌이 들더군요.





노란색은 시야를 위로 열어주어 공간을 산뜻하게 만듭니다. 연어와 토마토의 색감이 노란 튤립과 어우러져 식탁 전체가 하나의 '희망'처럼 보였습니다. '우정'이라는 꽃말처럼, 함께한 석박사 동기들과 새해의 연구를 다짐하며 서로에게 힘을 보탰던 뜨거운 시간이었습니다.
기록하고 싶은 순간: 기억을 만드는 디자인
돌이켜보면 이 두 테이블의 공통점은 '기억'입니다. 우리가 무엇을 먹었는지 세세하게 기억나지 않아도, 그날의 공기가 얼마나 따뜻했는지, 꽃 향기가 어땠는지, 마주 앉은 이의 표정이 얼마나 밝았는지는 선명하게 남으니까요.
나만의 플라워 & 푸드 스타일링은 결국 '기억을 만드는 디자인'입니다. 그날의 색과 향, 대화의 온도가 층층이 쌓여 그 공간을 다시 떠올리게 하니까요.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고 싶은 날, 여러분은 어떤 꽃을 선택하고 싶으신가요? 거창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시장에서 마주친 꽃 한 단이 당신의 평범한 일상을 특별한 기록으로 바꿔줄 거예요.
2026년 더 힘차고 희망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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