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많은 노처녀인 나, 이 세상에서 제일 듣기 싫은 말이 ‘아줌마’이다. 비록 아줌마 나이를 훌쩍 넘은 진상 노처녀이지만 그래도 조금은 어려 보이게 옷을 입고 언행도 젊고 가치관도 젊게 살려고 노력하는 천방지축 노처녀이다. 거리에서 혹 “아줌마” 라고 들릴 때 고개를 돌리는 내 자신도 싫고 다시는 쳐다보지 말자고까지 다짐을 할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일 없는 평일 오전, 가끔 전화를 받으면 “사모님~ 양평에 좋은 땅이 있어요......” 라는 전화를 받을 때 나의 처세술은 어린 목소리로 “엄마 집에 안 계세요”라고 말하면 전화 뚝 끊게 만드는 방법으로 이때는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내가 사모님인지 누구인지 알 수 없어 자주 활용하는 통화법으로 좋은 방법이라 생각하지만 역시 이때 들리는 ‘사모님‘ 소리는 듣기 싫었다. 그런데 이번에 확실하게 외모를 보고 나에게 사모님이라 부른 사람이 있었다.
갑자기 추워서 뭘 입을까 고민하다가 최근 트렌드인 모피목도리를 착용하고 출근을 했다. 솔직히 갑자기 추워지고 모피목도리가 조금은 부담스러웠지만 한번 착용하기로 했다. 생각보다 기온과 바람이 있어 무척이나 모피목도리가 도움이 되어 만족했었다. 그리고 일을 마치고 동료에게 “오늘 패션 좀 사모님 패션 같지 않아 모피목도리가 좀 이른 것 같아” 하고 웃으면서 퇴근을 했다.
집으로 향하는 지하철...
거의 도착시간이 되자 어디서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가씨 한번만 도와주세요” 하고 지하철에서 조금 불편한 사람이 종이를 나눠주며 구걸을 했다. 그래서 난... 눈을 감고 고객을 숙이고 자는 척 했다(한번쯤 누구나 경험했을 것이다) “아가씨 한번만 도와주세요”를 계속해서 여러 사람들에게 말을 했다. 사실 근처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여성이고 대부분 20대 젊은 여성으로 서 있는 사람은 남자들이 많았는데.....
근데....글쎄...
계속해서 말했던 “아가씨~ 한번만 도와주세요” 라는 말을 내 앞에서는.....
“사모님~ 한번만 도와주세요” 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오 마이 갓~~~~~~이런, 왜 내 앞에서는 왜! 사모님인가?
눈, 갑자기 뜨게 되면서 아저씨를 째려보았다. 아저씨 화들짝 놀래며 후다닥 자리를 이동하여 역시 다른 자리에서 “아가씨 한번만 도와주세요” 라고 말한다..
추억의 ‘개그야’ 프로에서의 사모님 코너로 김기사도 아닌 구걸하는 사람이 사모님이라 했다. 워째 이런 일이....
푸후.....내가 사모님 소리를 듣게 되다니 아줌마도 아닌 사모님이라.....그것도 멋진 자동차안도 아닌 지하철에서 듣게 됐으니 말이다.
모피목도리가 문제인지 내가 그만큼 나이 들어 보이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주위를 보면서 순간 무척이나 창피했다.( 서 있는 남자들 다~ 나를 본다 ) 모든 여자에게 아가씨라고 부르면서 나에게는 사모님이라 소리를 듣게 된 이유가 모피목도리가 큰 역할을 한 것 같다는 생각은 지울 수 없었다.( 아니면 진정 나이 들어 보였을까?...ㅠ )
지하철을 내리고 동료에게 전화를 했다. 지하철 사모님 사건을 얘기하면서 퇴근길에 말했던 “사모님 패션 아냐“라는 말이 현실로 나타났다는 말을 하면서 우린 서로 박장대소로 배꼽 잡게 서로가 웃었다. 그리고 집에 와서 다음 view에 ‘사모님패션’ 포스팅이 노출한 것을 보면서 다시하면 크게 웃었다.(모피 패션 포스팅이었다) 그리고 친구와 통화하고 ” 야, 모피입지 말아라. 우리나이에 자칫 나이 들어 보일 수 있다“ 하면서 다시 크게 웃었다. 근데 참 이상하다.기분이 나쁘기보다는 웃음만 나왔다. 사실 며칠전 동료와도 요즘 배꼽 잡게 웃을 일이 없다는 대화를 나눴는데 동료와 친구에게 상황을 설명하면서 서로 정말 오랫만에 힘들정도로(?) 많이 웃었다. 아저씨에게 많이 웃게 해주어 고맙다고 해야하다? ( 이래서 시집 못간다! 창피해서 결혼해야 하는데 오히려 난 웃는다^^)
역시 모피패션은 많은 사람들에게 사모님패션이 되고 있는 것일까? 요즘에는 누구나 즐겨 입는 패션 아이콘이 되고 있는데 말이다. 모피목도리 하나 걸쳤을 뿐인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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